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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Review] 20년 전 경제학자의 조언을 다시 꺼내 봐야 하는 이유

최종 수정일: 2020년 3월 3일

얼마전 <정해인의 걸어보고서>에서도 방영된 뉴욕의 Ellen’s Stardust Diner는 레스토랑이라는 무대에서 미국식 다이닝 메뉴를 소품으로 활용하여 뮤지컬 배우 지망생의 공연이라는 잊을 수 없는 이벤트를 제공합니다. ‘서비스’를 무대 삼아, ‘제품’을 소품으로 활용하여 궁극적으로 ‘체험’을 판매하는 ‘체험 경제(Experience Economy) 시대의 모습입니다.



1998년 두 경제학자 Pines와 Gilmore는 ‘농업 경제’, ‘산업 경제’, ‘서비스 경제’를 잇는 ‘체험 경제(Experience Economy)’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생일 케이크의 예시를 통해 이러한 경제적 진보(The Progression of Economic Value 참고)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는데요.


농업 경제 시대에 생일을 맞이한다면, 밀가루, 설탕, 버터, 달걀과 같은 원료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해서 생일 케이크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산업 혁명에 따른 재화 경제 시대에는, 케이크 믹스를 몇 달러에 구매해 더 비싸지만 더 편하게 케이크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서비스 경제 시대에 접어들면서 바빠진 소비자는 식료품점이나 베이커리에서 10-15달러를 주고 완성된 생일 케이크를 구매합니다. 그리고 이제 바쁘다 못해 시간에 쫓겨서 사는 요즘의 소비자는 100달러 이상을 지불하여 생일 파티 업체를 섭외하고, 자녀들에게 잊을 수 없는 생일의 기억을 선물합니다. 생일 케이크는 무료 서비스로 포함되어 있죠. 이것이 바로 상품과 서비스 이상의 체험을 판매하는 체험 경제 시대입니다.


1998년 두 경제학자가 발표한 ‘체험 경제(Experience Economy)의 시대’에 대한 논점이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더욱 유효하게 느껴지는 그 이유를 정리해봤습니다.

개인화된 세상에 더욱 필요한 ‘체험 경제’적 관점

체험이 서비스와 같은 개념으로 설명되곤 하지만, 서비스(service)가 제품(goods)과 다르듯이, 체험 또한 서비스와 완전히 다른 경제적 산물임을 강조합니다. 이에 따라 각 시대별 경제적 가치에 대한 다양한 차이를 명확하게 제시했습니다. 원자재(commodities)는 대체 가능(fungible)한 자원이며, 제품(goods)은 유형의 것(tangible)이고, 서비스(service)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intangible) 본질적인 특성이 있다면, 체험은 기억에 남는다(memorable)는 것입니다. 기억에 남는다는 것은, 이전의 경제적 산물들이 외적인 것이었다면, 체험은 개개인의 내적인 것임을 의미합니다. 체험은 육체적이면서도 감정적이고, 지적이면서도 심지어 영적인 수준의 작용이라고 설명합니다. 체험은 개인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세상에 똑같은 체험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도 주요한 특성 중 하나입니다.


이와 같은 체험 경제의 특성은, 다양한 미래 트렌드 보고서와 마케팅과 리테일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개인화 현상과 일맥상통합니다. 4차 산업 혁명에 따른 인공 지능(AI)과 사물 인터넷(IoT) 등의 기술 발달로 인해 대량 생산시대에 통하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의 막이 내리고 있습니다. 온/오프라인 모두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상황과 맥락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제공하는 시대입니다. 초개인화 기술[1]의 시대, 나노 마케팅[2]의 시대라 불리는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히 세일즈를 높이는 것보다 소비자 개개인과 공감하고 감성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합니다.[3] 20년 전 발표된 ‘체험 경제’의 특성이 기술의 발달로 더 광범위하게 실체화/현실화되고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는 풍부한 체험의 4가지 조건

체험의 특성은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소비자 기억 속에 오래도록 좋은 체험으로 남기위해서는, Pine과 Gilmore가 제시한 4가지의 체험 유형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연관성(connection)과 고객 참여(Customer Participation)라는 두 가지 축을 기준으로, ① 엔터테인먼트 체험, ② 교육적 체험, ③ 현실도피적 체험, ④ 심미적 체험 이 있습니다.



① 엔터테인먼트 체험(entertainment)은 연극이나 이벤트를 통한 공연 참관이나, 콘서트, 음악회의 음악 감상 등 감각 기관을 통해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absorption) 수동적인(passive participation) 문화 향유가 대표적인 활동입니다. 이전에는 백화점에서 이러한 문화 체험 이벤트를 주로 진행했다면, 현대카드의 <컬처 프로젝트>, <슈퍼콘서트>, <라이브러리> 등의 ‘엔터테인먼트 체험’을 통해 업계 독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② 교육적 체험(educational experience)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몰입하는 영역으로, 판매하는 제품의 활용법을 교육하는 차원의 쿠킹 클래스 등이 해당합니다.

③ 현실 도피적 체험(escapist experience)은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참여(active participation)하고 몰입(immersion)하는 체험으로, 테마파크와 같이 일상적인 활동으로부터 벗어나서 새로운 세계에 몰입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VR 기술을 적용한 오락용 시뮬레이터, 골프나 캠핑, 카지노 등과 같이 체험의 결과에 소비자가 미치는 영향이 큰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최근 스타필드와 롯데월드몰 같은 대형몰에서 VR을 이용한 게임기와 다양한 실내 스포츠 시설을 확충하는 것 또한 리테일 이상의 ‘체험 경제’를 창출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④ 심미적 체험(esthetic experience)은 물리적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수동적인 해석으로서, 소비자가 매장에서 미적 감각을 갖춘 요소를 체험하고 감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매장 내의 물리적 환경이 심미적 체험의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라는 차원[4]에서, 젠틀몬스터의 사례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디지털 시대를 거스르며 오프라인 매장 공간에 주력을 다하는 이 아이웨어 브랜드는 독특한 쇼룸으로 브랜드 인지도와 명성을 쌓았습니다. 지난 12일에는 베이징 최고의 럭셔리 몰 SKP S의 1층부터 3층까지, 젠틀몬스터 특유의 감성이 담긴 키네틱 아트와 오브제로 꾸민 총 3천 평의 공간을 오픈하기도 했습니다.

브랜드 매니저 혹은 리테일 매니저라면 우리 브랜드와 매장은 고객에게 어떤 체험을 제공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보완하기 위해 20년 전 두 경제학자가 제시한 4가지 체험 유형을 꺼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성숙한 체험 경제 시대가 던지는 질문 : ‘우리 매장에 입장료를 부과한다면?’

Pines와 Gilmore는 어떤 체험을 제공하는지가 어떤 기업/브랜드 인지를 정의한다고 하면서, 유사한 맥락에서 어떤 것에 비용을 부과하는지가 어떤 기업/브랜드 인지를 정의한다(“You are what you charge for”)고 했습니다. 완전한 체험 경제의 시대(full-fledged experience economy)에는 제품과 서비스에 비용을 부과하듯, 체험이라는 상품에도 비용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테마파크가 다양한 체험에 대해 입장료를 부과하듯이, 리테일 매장과 쇼핑몰에도 고객에게 입장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도전합니다.


전 세계의 페스티벌과 박람회를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옥토버 페스트와 같은 축제에 사람들은 비용을 지불하고 입장하며, 코엑스, 킨텍스 등에서 열리는 박람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공간 모두 입장료와 별개로 비용을 지불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한다. Pins와 Gilmore는 페스티벌과 박람회가 이미 일종의 ‘아웃도어 쇼핑몰’이라고 지적합니다.


‘You are What You Charge for’ 이라는 조언의 핵심은 체험 경제 시대에는 소비자에게 무차별적으로 비용 부담을 안겨주라는 것이 아닙니다. 더 세련되고 진보된 경제적 산물은 원자재, 제품, 서비스를 넘어 ‘체험’인 것이 맞지만 지금 당장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입장 비용을 부과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죠. 그렇다면 기업과 브랜드 담당자는 이렇게 자문해보라고 합니다.

우리 매장에 입장료를 부과한다면, 우리는 고객에게 어떤 체험을 제공할 것인가

현재는 제품 또는 서비스 경제에 머물러 있더라도 더 나은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는 있지 않을까? 라는 과제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체험 경제의 시대에서 설파하는 ‘체험’은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하나의 상품이나 서비스라는 관점이 필자에게 유독 새롭게 느껴졌던 이유는, 그 동안 ‘체험’과 ‘경험’은 제품과 서비스를 더 잘 판매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브랜딩과 마케팅 차원의 부가적인 ‘서비스’로 기획되고 관리되는 ‘체험’과 ‘경험’이 아닌, 제품과 서비스와 동일한 수준의 경제적 가치와 산물로 ‘체험’과 ‘경험’을 바라본다면 또 다른 양질의 고객 경험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1] 김난도 외, 트렌드 코리아 2020(미래의 창, 2019)

[2] 김나연 외, 2020 팔리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한스미디어, 2019)

[3] 김나연 외, 2020 팔리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한스미디어, 2019), 306

[4] 서구원, 체험마케팅의 활성화에 따른 마케팅의 변화와 향후 마케팅 방향(2010)


 

Insight from 이지희 컨설턴트

브랜드가 세상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신념으로, 식품, 패션, 자동차, 보험, 코스메틱 등 다양한 분야의 소비자 리서치, 브랜드 아이덴티티, 아키텍처, 커뮤니케이션 전략 및 서비스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하였습니다. 이후 e-commerce 브랜드의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브랜드 전략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 관점의 안목과 인사이트를 넓혔습니다. 브랜드 전략에 기반한 실행까지의 역량을 바탕으로 현재는 HIGINO에서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는 고객 경험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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