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고유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1974년 포니가 세상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포니가 바꿔 놓은 풍경은 다채로웠고 여가의 범위는 점차 넓어짐과 동시에 새로운 자동차 문화가 차곡차곡 쌓여갔습니다. 전국 곳곳을 달릴 국산차 개발이 그 시작이었지만, 포니가 보여준 종횡무진의 서사는 훨씬 눈부셨습니다.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은 ‘포니의 시간’을 통해 대한민국 첫 독자 개발 모델인 '포니'가 겹겹이 쌓아 올린 시간의 흔적을 따라가며 당시 시대적 배경, 디자인, 철학적 고민 등 다각도의 헤리티지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전시 장소 :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
전시 기간 : 2023.06.09 ~ 2023.08.06
관람 일시 : 09:00 ~ 21:00 매월 첫째 주 월요일 휴관
7080시대
5층 7080시대에서는 포니 탄생 당시 시대적 배경인 1970년대와 1980년대 수집품과 그 모습을 재해석한 영상, 음악, 회화 작품을 선보여 당시 시대 상황을 생동감 있게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정재호 작가의 한지 위에 겹겹이 쌓인 물감은 작품 속 사물들이 지나온 긴 시간까지 담고 있는 듯합니다.
1970년대는 산업화와 근대화라는 두 축이 본격적으로 몸을 뒤틀던 시기였습니다. ‘한강의 기적’이 눈앞에서 아른거렸고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평균을 넘어서며 중진국 대열에 올랐습니다. ‘국산화’에 대한 모멘텀이 생겨난 것도 이때였습니다. 자동차, 전자제품을 비롯해 대중음악과 만화에 이르기까지 모방과 번안의 과정을 통해 국산화를 꾀했습니다. 특히, 1976년 창간한 잡지 <뿌리 깊은 나무>는 순우리말 제목과 가로쓰기를 처음 도입해 구독률 1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코너 한 편에는 과거에는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뽑기’를 통해 해당 번호의 ‘영화카드’를 증정하고 있습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게는 향수를, 요즘 세대에게는 지금과는 다른 디자인과 외래어 표기법을 비교해보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포니 아카이브
4층 포니 아카이브에는 포니의 첫 탄생부터 전 세계로 수출을 시작할 당시의 다양한 사료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짓는 것부터 분야별 해외 전문가와의 협력, 수많은 시험을 거친 성적표까지, 그 촘촘한 노력과 과정이 남긴 자료를 소개합니다.
우리 나라에서 직접 만든 고유의 자동차, 즉 ‘독자 모델’ 개발에 많은 이들은 이를 무모한 도전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현대는 디자인은 이탈리아, 기술은 일본, 생산에 대한 자문은 영국 과 손잡고 독자 모델 개발을 결심한 지 1년 만인 1974년 6월, 첫 프로토타입을 완성했습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아홉 번째,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자국 브랜드의 고유 모델 자동차를 가진 나라가 되었습니다.
당시 국민차로 거듭난 포니를 보여주는 다양한 광고물과 사진을 통해 대한민국 첫 양산형 고유 모델,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길을 헤치고 개척해 나간 사람들의 목소리, 험난하지만 유의미했던 도전을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
디자인 헤리티지
3층에서는 지난달 처음으로 공개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과 이를 탄생시킨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 의 디자인 회고 자료들을 함께 선보이고 있습니다.
자동차 전문 저널리스트들에 의해 ‘20세기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로 뽑힌 조르제토 주지아로가(Giorgetto Giugiaro) 디자인한 ‘포니 쿠페’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주었습니다. 포니 쿠페는 제작될 당시 콘셉트카가 아니었지만, 포니와 함께 양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2차 석유파동의 여파로 프로젝트가 중단되었습니다. 역사속으로 사라질 뻔한 포니 쿠페가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를 통해 2023년 다시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포니 쿠페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N 비전 74'도 1 : 1 비율의 설계 도면과 함께 같은 공간에 전시되어 그 의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미래지향적이고 군더더기 하나 없는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이대로 출시된다면 시장의 반응은 어떨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뒤이어 기존 포니를 원형으로 제작된 수소차와 아이오닉5도 전시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온 포니의 DNA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습니다.
휴머니티
전시의 마지막인 2층에서는 국민들의 추억 속에 함께 했던 포니의 다양한 순간을 담은 사진과 사람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 정주영 선대회장의 휴머니티 정신을 되짚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습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여러분은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한대 씩은 다 사게 될 겁니다.
지금은 어렵겠지만 열심히만 하면 여러분도 잘살게 됩니다. 내가 그렇게 해주겠어요.”
- 정주영 선대회장
‘우리 집 첫 자가용.’ 포니를 추억하는 사람 열이면 열 빼놓지 않는 문구입니다. 빛 바랜 가족 사진에 포니가 새겨 놓은 추억의 온도는 유쾌하고 따뜻했습니다.
1층는 포니를 추억하는 고객들을 위한 포니의 미니어처, 방향제, 포스터, 엽서 등 다양한 헤리티지 굿즈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포니의 타임라인에는 새로운 것을 향한 도전의 흔적이 또렷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그 흔적들과 마주하는 경험은 무엇을 안겨줄까요? 헤리티지가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살펴봄으로써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같은 것이라면 ‘포니는 그 맨 앞에 불려 나올 만한 사례일 것입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딛고 출발해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휴머니티를 통과해온 포니의 시간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그리고 그 궤적을 동력 삼아 펼쳐질 미래까지, 포니의 시간은 현재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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