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년간 오프라인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골목상권의 부상입니다. 골목상권은 단순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소비를 넘어서 특정 컨텐츠를 경험하고 공유하는 소비자의 특징으로 홍대, 가로숲길, 이태원 등이 1세대 골목상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골목상권이 전국에 흩어져 형성되는 추세로 온라인에 밀려 기를 쓰지 못할 것 같던 오프라인 상권, 그것도 대규모 상업시설이나 쇼핑몰들이 도심 이면의 골목에서 상권이 형성되어 해당 지역을 순식간에 문화 지구로 되살리기도 합니다.
이런 로컬 지향 현상은 획일적인 전통 상권에서 찾을 수 없는 요소로, 다양하고 창조적인 ‘크리에이티브 로컬’이라는 매력이 그 핵심입니다. 그럼 모종린 교수의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를 통해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는 로컬 콘텐츠의 힘과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한 국내외 사례를 알아보겠습니다.
스타벅스, 커피 문화를 대중화하다
로컬 비즈니스를 대표하는 업종은 커피 전문점입니다. 사람들의 가치가 물질주의에 탈물질주의로 변함에 따라, 도시 문화도 미니멀리즘, 빈티지, 레트로, 커뮤니티, 로컬리티, 골목길 등 탈물질주의 수요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진화하였고, 커피 문화는 도시 문화의 핵심으로 비상하였습니다.
스타벅스는 처음부터 집과 직장의 대안이 되는 제 3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현대 도시 문화를 주도하는 ‘공간 비즈니스’를 개척한 기업입니다. 도시의 일상을 향유하는 여유롭고 삶의 질을 중시하는 스타벅스는 도시의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합니다. 아침에 테이크아웃 커피 한잔 들고 걸어서 출근하는 진보적이고 트렌디한 뉴요커의 라이프 스타일을 상품화하기 위해 공정 무역, 인권, 환경 등 진보적인 가치를 표방하고 이들의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 배경 음악 등을 구성하였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젊은이들이 스타벅스를 학업 혹은 업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에서 스타벅스는 자연스럽게 지역 주민이 함께 일하고 함께 작업하는 코워킹 스페이스로 자리매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 예로, 2020년에 오픈한 도쿄 긴자의 스타벅스 서클스점(Circles)은 매장 한편에 1인실 코워킹 스페이스 조성으로 개인의 제3공간으로 시작한 공간이 커뮤니티 공간으로 그리고 이제 창조 커뮤니티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의 모바일 앱은 구글이나 애플페이보다 미국에서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결제 앱으로 전체 결제의 40%가 앱을 통해 이뤄지고, 그 사용자 수는 2천만명이 넘어섰으며 선불 카드로 충전된 현금 보유량은 일반적인 지방은행을 능가할 수준입니다. 많은 디지털 전문가들은 스타벅스가 막대한 금융 자산과 고객 베이스를 기반으로 새로운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 전망합니다.
머물고 싶은 동네에는 반드시 빵집이 있다
작은 도시도 커피전문점, 독립서점, 게스트하우스, 베이커리와 같은 매력적인 가게만 있으면 얼마든지 머물고 싶은 동네를 만들 수 있습니다. 동네 빵집은 동네 문화의 상징입니다. 국내에도 지역마다 유명한 빵집 하나씩은 무조건 있는데, 지역 빵집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대전 성심당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전국 5대, 10대 빵집에 늘 언급되는 성심당의 대표 브랜드 ‘튀김소보로’를 한 번 정도 들어 봤을 것입니다.
대전 원도심의 ‘성심당 거리’에 들어서면 성심당, 성심당 케익부띠끄, 성심당 옛맛솜씨 등 3대 제과 브랜드 뿐만 아니라 플라잉팬, 테라스키친, 삐야또, 우동야 등 성심당 외식사업부가 운영하는 음식 문화 거리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대전을 브랜드 전략으로 하는 성심당은 모든 사인, 포장, 포스터에 대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강력한 지역 상생 모델을 추구합니다.. 많은 수도권 백화점의 입점 제안에도 불구하고 대전 매장 원칙을 고수하여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직원, 소비자 협력업체로 구성된 지역 산업 생태계로 전국 소비자가 대전 매장을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지역 중심 성장 전략을 선택하였습니다. 또한 성심당 타운을 통해 원도심을 재생하고 성심당 출신의 인재들이 곳곳에 독립 빵집을 창업하여 제과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대전시가 성심당 중심으로 형성된 제과 산업에 창업을 통한 새로운 기업과 상점의 진입을 유도한다면, 원도심은 한국을 대표하는 거리형 제과 산업 클러스터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호텔 말고 마을에 ‘스테이’ 하세요
지역 산업의 영원한 숙제는 대기업이 제공할 수 없는 상품과 서비스를 발굴하는 일일 것입니다. 위기에 빠진 지역 산업에 희망을 주는 변화인 체험 경제의 확산으로 온라인이 주지 못하는 오프라인만의 감성과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여행 트렌드도 자연과 역사에서 지역문화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색다른 체험과 공감을 위한 로컬 여행은 기성 세대에게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밀레니얼 사이에선 이미 보편적인 것으로 지역의 곳곳에 숨겨진 공간을 발견하고 직접 찍은 사진과 영상 콘텐츠를 SNS에 일상처럼 공유하며 여행하고 있습니다.
호텔 산업도 로컬 문화 체험 프로그램과 주민과 여행객이 교류할 수 있는 라운지를 운영하는 커뮤니티 호텔로 고객의 지역 문화 수요에 대응 중입니다. 한국에서 커뮤니티 호텔을 지향하는 기업으로는 제주 성산에서 시작한 플레이스 캠프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스 캠프는 20~30대 취향의 숙박과 상업 시설 뿐 아니라 다양한 로컬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표적인 컨텐츠 체험으로 미술, 요가, 글쓰기, 칵테일 만들기, 아웃도어 등의 프로그램이며, 지역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하는 토요일 플리마켓도 지역주민과 호텔 투숙객에게 인기입니다. 또한 호텔 단지안에 커피전문점, 카페, 베이커리, 편집 숍, 라이브 뮤직바 등 골목상권을 대표하는 업종들이 입점 되어 제주 문화와 더불어 매력적인 도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였습니다.
체험 경제가 확대되면서 공유 숙박, 마을 호텔, 커뮤니티 호텔은 지역의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부상하였습니다. 진정한 현지 문화 체험을 제공하는 것은 지역 커뮤니티와 로컬 크리에이터의 몫이며, 미래의 관광 자원은 인공적인 관광 단지가 각 지역의 있는 그대로의 생활 문화일 것입니다.
서핑으로 도시를 먹여 살린다
2008년 즈음 서퍼들이 파도가 높고 방파제가 없는 양양의 죽도 해변에 몰리기 시작하면서 서핑의 중심지로 부상하였는데, 양양의 서프 문화가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기업은 셔프숍 ‘서피비치’입니다. 이 기업은 매출 100억원에 가까운 강소기업으로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서 젊은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청년 창업 공모를 지원하며, ‘서피비치’를 중심으로 거리, 상권, 어메니티가 형성되는 타운을 형성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는 중입니다.
‘서피비치’는 해양스포츠가 여름 한철 관광객을 위한 놀이가 아닌 자생적인 지역의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지역 내에서 해당 스포츠가 생활화되도록 생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역과 상생하며 한국의 해양 스포츠가 지역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생활 반경이 좁혀짐에 따라 동네에서 쓰는 시간과 소비가 증가하였으며, 동네가 새로운 경제권으로 부상하였습니다. 로컬의 재발견과 동네 중심의 생활 패턴은 여행, 리테일, 문화 창조 산업을 재편하였고, 대기업과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이 과정에서 동네 상품, 동네 서비스 등 새로운 로컬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였습니다. 이제 오프라인에서 사고, 팔고 이동하는 장소를 넘어 일하고 살며, 노는 동네가 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골목에서 동네로 동네에서 도시로 확장하는 골목길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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