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된 아파트의 안전성을 진단하고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주거 환경을 마련할 건인가는, 상황에 따라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등으로 크게 나뉘어집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우선 조합이라는 것을 결성하고 그에 따라 누가 우리 아파트를 새롭게 잘 만들어 줄 것 인가를 알아봅니다. 이때 각 건설사는 사업 수주를 위해 자신의 브랜드만이 가진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특별할 공간을 마련하여 조합원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건설사의 아파트 '홍보관' 입니다.
건설사들은 이 홍보관에서 '무엇을 어떻게 전달'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대부분 하드웨어 중심의 구성과 해당 하드웨어가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보여주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고객은 이곳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물리적 이동과 함께 각각의 접점에서 이루어 지게 되는 경험의 총합으로 이곳을 기억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공간 전체에 걸친 체계적인 고객 경험 설계에 따라 홍보관 곳곳의 경험 요소들에 반영된 명확한 컨셉과 일관된 주제를 방문객에게 각인함으로써, 다수의 홍보관을 다녀보는 조합원의 기억에 차별화된 경험을 통한 브랜드 인상을 남기길 원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플레이스
컨셉을 통한 체험, 체험을 통한 몰입과 개인화
건설사들이 운영하는 홍보관들은 건설사들이 재개발 및 재건축 등의 사업을 수주하겠다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그에 맞춰 분명한 대상, 즉 '조합원'에게만 제한적으로 운영합니다. 조합원들은 수주를 결정 짓는 투표를 실시하게 되는데, 그에 앞서 다양한 건설사들의 수주 홍보관을 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비교하게 됩니다. 대다수의 수주 홍보관들은 저마다의 기술적 우위를 앞세우며 경쟁력이 있다고 보여주지만, 실제 고객이 수용하게 되는 정보는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특히나 조합원들의 평균 연령을 고려 했을 때, 물리적 시간과 이동 거리에 따른 체력적 한계는 특별한 인상을 남기는데 큰 장해 요인이 되곤 합니다. 그렇기에 인상적인 기억을 주기 위한 방법으로 단순 정보 전달이 아닌, '체험을 통한 몰입과 개인화'라는 것이 중요한 솔루션의 한 방향이었습니다.
공간의 목적과 목표를 위한 고객 경험 컨셉 기반의 경험 설계
브랜드를 전달하는 공간을 짓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력을 하게 됩니다. 설계와 시공, 전기와 설비 그리고 인테리어, 브랜딩과 마케팅, 영업, 운영 등 각각 주어진 임무를 완성하며 성과를 나타내야 하는 것은 각 분야의 숙명이고 존재 이유입니다. 하지만, 저마다 주어진 역할과 임무가 있더라도 공간의 존재 목적은 '수주'라는 공통된 목표를 지향해야 합니다. 즉 우리가 무엇을 선보이던 '왜'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하여,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라는 관점의 변화와 그에 따른 업무 프로세스를 갖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앞서 고객 경험 여정 지도를 통해 고객과의 주요 접점을 파악하고 이후 블루프린트를 통해 세부적이고 조직적으로 연계되어야 하는 모든 유관 부서 및 협력업체와의 지속적인 워크샵을 통해 이해의 간극을 줄여가며 경험 설계를 완성해갔습니다.
소비자 행동 심리학 기반의 H2H 마케팅을 위한 고객 응대 매뉴얼 개발
수주 홍보관은 일반적으로 일정 인원이 투어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문 고객에게 공간을 안내하고 설명하는 전달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그들은 단순히 '정보 전달자' 또는 현장 진행을 위한 직원 정도로서가 아닌, 고객의 경험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이자 협력자로서 각각의 위치에서 맡겨진 역할에 따른 임무를 조직적으로 수행하게 됩니다. 바로 사람 대 사람이 만나는 곳에서 오직 고객의 경험과 만족도에 집중하는 마케팅이라 할 수 있는 바로 H2H 마케팅으로서 말입니다. 이렇게 H2H 마케팅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 먼저 공간과 컨텐츠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각 접점에서의 필요한 역할의 파악을 위해 앞서 이야기한 블루프린트를 완성하며 그에 따른 고객 응대 매뉴얼을 개발해 나갔습니다.
공간에서 고객을 응대하기 위한 톤앤매너를 바탕으로 인력 응대가 필요한 접점에서 고객의 위치, 전해져야 할 내용, 그리고 이후에 이어질 동선을 감안한 적합한 안내 위치 선정과 안내 내용을 구성하였습니다. 이때 주안점으로 생각한 것은, 주로 청자의 입장에서 시청각을 통한 체험 위주로 진행되는 투어 특성을 고려하여 전체적인 언어적 구성 시 반복적인 어휘나 단어를 통해 듣고 금새 잊게 되는 단기 기억으로 그치지 않고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도록 유도한 점입니다. 그리고 소비자 행동 심리학의 단순 생각 이론에서처럼 몰입을 통한 상상과 개인화된 체험이 긍정적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도록 하며, 좋은 기억을 회상시킬 수 있는 트리거 포인트로 적용되도록 여정 곳곳에 요소들을 배치하여 매뉴얼을 개발하였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건설업계에서 기술의 진보가 상향 평준화를 이뤄가면서, 기술 그 자체로는 장기간 차별성과 변별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건설사의 수주 홍보관 역시 고객/사람에 대한 이해, 배려 및 관심을 통해 진정성 있는 고객 경험을 전달할 때, 기술만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 보다 더 큰 여운과 인상을 남깁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프로젝트 다음 단계에서는 기술의 우수성과 브랜드의 차별성이 홍보관에서 실제 고객 경험과 일관되게 어우러지도록 운영 설계 및 현장 스탭 교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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