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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 Trend] 위드 코로나 시대, ‘잠옷 이상, 정장 미만’ 틈새시장을 노린 ‘파자마 정장’-일본 정장 브랜드 ‘아오키(AOKI)의 성공 비결


“무슨 옷을 입어야 하지?”

코로나19 장기화로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회사가 늘면서 직장인들의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집에서 일하기에 편한 복장을 선호하지만, 온라인 미팅에서 지나치게 격식 없게 비치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집에서 정장을 입자 하니 불편했습니다.


일본의 남성 정장 업계 2위 제조사인 ‘아오키(AOKI)’는 이런 직장인들의 새로운 고민을 해결해 줄 상품을 고안했습니다. 편안한 착용감을 자랑하지만 편안한 옷처럼 보이지는 않은 정장을 개발한 것인데요, ‘잠옷 이상, 정장 미만’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일명 ‘파자마 정장’입니다. 파자마 정장은 신축성이 있으면서 구김이 잘 가지 않는 소재로 만들어 활동성이 좋고, 매일 세탁기에 빨아도 될 만큼 관리도 쉽고 동시에 포멀한 느낌도 나는 옷입니다.


© AOKI, Inc.

아오키는 이 제품 홍보를 위해 재택근무뿐만 아니라 여행, 산책, 심지어 골프장 등에서도 입을 수 있을 만큼 편한 옷이라는 콘셉트로 마케팅을 진행했으며, 가격은 위아래 한 벌에 1만 978만 엔 수준으로 정했습니다. 한화로는 약 11만 원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정장보다는 부담 없는 가격입니다.


이처럼 틈새시장을 겨냥한 결과 아오키는 2020년 11월 출시 후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약 3만 벌의 파자마 정장을 판매했습니다. 일반 정장의 경우 1년에 1만 벌이 팔리면 히트 상품으로 분류되는데 파자마 정장은 이보다 3배 빠른 속도로 팔린 것입니다. 업계 기준으로 대히트 상품이 됐습니다. 이 같은 트렌드는 해외 미디어의 주목을 받아 20여 개국에서 보도가 됐으며, 온라인몰 등을 통해 싱가포르, 홍콩, 미국 등지로도 판매가 됐습니다.



기능성 정장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등장


일본에서는 코로나 확산 전부터 이미 활동하기 편안하지만 포멀하게 보이는 ‘기능성 정장’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등장하며 조금씩 시장을 넓혀 가던 중이었습니다. 근무 복장의 캐주얼화, 1인 기업가 및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활동성과 격식을 모두 충족시키는 옷에 대한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덮친 팬데믹은 기능성 정장 시장의 기폭제가 됐으며 일본 기능성 정장 시장은 2025년 210억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될 만큼 커졌습니다. 파자마 정장 외에 히트를 친 기능성 정장의 사례를 조금 거 살펴보면, 최근 출시된 아오키의 ‘액티브 워크 슈트(Active Work Suit)’입니다.


© AOKI, Inc.

2021년 2월 1일부터 온라인 한정으로 사전 예약 판매를 실시한 이 기능성 정장은 2주 만에 완판이 됐으며 이후 2월 15일과 22일에 추가 판매를 실시했을 때도 10일 만에 완판됐습니다. 약 1개월이 안 되는 기간에 5000벌 판매라는 기록을 달성하며 정장 업계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사건으로 손꼽히게 되었습니다. 일본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는 실용성을 겸비한 정장에 대한 높은 수요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파자마 정장의 성공 요인과 시사점

이렇듯 기능성 정장이 히트 상품이 되자 자연히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정장 메이커들이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을 속속 출시하면서 후발주자들 간 경쟁이 과열된 것입니다. 그러나 카테고리 창조자였던 아오키의 제품이 유독 대박이 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만들었습니다.

이런 성공 요인은 철저한 원가 절감 전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그야말로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느낌으로 원가를 줄이는데 집중했습니다. 봄, 여름용 재킷에서는 등이나 어깨가 닿는 면의 안감을 생략했고, 안주머니는 오른쪽만 만들고 소매 끝 단추도 2개로 줄였습니다. 심지어 브랜드명이나 사이즈를 표시하는 라벨까지 모두 생략한 채 품질 표시 태그만 달았습니다. 또 바지 길이를 짧게 만들어 대부분의 사람이 밑단을 줄이지 않거나 혹은 한 번 접는 것만으로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이즈 종류 역시 10~15개로 구성되는 일반 정장 제품들과는 달리 아오키는 S, M, L, LL의 4가지로 줄여 가격을 낮췄습니다. 바지에는 허리 끈이 붙어 있어 벨트 없이 사이즈 조절이 어느 정도 가능하며 재킷도 소매가 길면 접어서 착용하도록 추천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비용 다이어트를 감행하면서도 설계와 봉제에서는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밑단이나 라벨 등 불필요한 원단은 없애더라도 옷이 착용감과 맵시 등 품질을 결정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원칙을 고집했습니다. 정장 생산에 있어 어떤 부분은 생략하고 어떤 부분은 유지할지 결정하는 데는 회사가 여태까지 축적한 체형 데이터와 생산 기술이 활용됐습니다.


둘째, 고객 목소리에 빠르게 반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캐치하고,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내놓기까지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았습니다. ‘속도감’이 차별화 요소로 작용한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사무실로의 출퇴근이 줄면서 정장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아오키는 오프라인 점포를 방문하는 고객들이 전하는 “집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평소 입던 정장을 입기 힘들다”라는 고민을 놓치지 않은 것입니다. ‘정장 아니면 캐주얼’이라는 이분법이 사라지고 재택근무 확산을 계기로 일과 사생활이 혼합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주목했으며,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는 새로운 세그먼트가 필요한 것을 감지했습니다.


일반 정장은 상품화되기까지 반년에서 1년까지의 기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파자마 정장의 경우 2020년 6~7월 상품 개발이 시작된 지 반년도 안 된 그해 11월에 출시됐습니다. 생산뿐 아니라 마케팅에 있어서도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제품명까지 재빨리 바꿨습니다. 예를 들어, ‘파자마 정장’이라는 상품명은 제품의 특징은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발매 당시만 해도 제품의 별명일 뿐이었습니다. 정식 명칭은 ‘홈&워크웨어’였습니다. 하지만 판매가 개시된 뒤 각 매장에서 “파자마 정장 있나요?”라고 묻는 고객이 많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됐고 본사는 기존 명칭을 버리고 고객에게 친숙한 별명을 공식 상품명으로 채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출시된 상품의 이름을 바꾸는 것은 이례적인 일일 뿐만 아니라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판촉물을 물론이고 매장의 POP 등도 전부 교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오키의 회장을 필두로 경영진 모두 ‘고객에게 친숙한 이름을 상품명으로 해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이름 변경을 승인했습니다.


이렇게 현장의 목소리를 살리는 변화가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은 코로나로 인해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이 언제든 갑자기 변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행동력은 코로나 발발 직후의 성공 경험에서 기인했습니다.



파자마 정장 같은 새로운 카테고리의 성공 사례는 불황기에도 얼마든지 히트 상품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아오키 역시 제품이 팔리지 않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었기에 ‘정장은 포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어 볼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이렇듯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오늘날, 기존의 상식을 깨는 역발상, 기술력, 실행력이야말로 정체된 시장에서도 팔리는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비결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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