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HIGINO

[Trend News] 라스트 마일에서 adoro-bot을 만난다면 : 라스트 마일을 책임지는 배송 로봇과의 인터랙션

최근 한 럭셔리 브랜드의 온라인 스토어에서 립스틱 하나를 구매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할 때도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과 동일한 브랜드 경험이 가능한지 궁금했습니다. 만일 이 경험에 만족한다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온라인 구매를 이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주문이 완료된 후, 카카오톡을 통해서 상품 배송 안내를 받았고 3일 후 택배 상자가 도착했습니다. 상자의 포장을 풀어 제품을 확인했을 때, 원했던 럭셔리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경험은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주문했던 작은 립스틱 한 개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택배 상자를 받았고 그 안은 충전재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과다 포장에 대한 미안함도 들었습니다.



라스트 마일에서 로봇의 가능성


언제부터인가 유튜브에서 ‘언박싱’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문한 택배 박스를 공개하고제품을 확인하는 순간을 공유하는 콘텐츠는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제품 자체에 대한 경험뿐 아니라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매 버튼을 누른 후부터 제품을 수령하고 언박싱하는 전반의 과정에도 의미를 부여합니다. 특히, 소비 주역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가치관은 이러한 트렌드가 확장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가성비 높은 제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추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더 빠른 배송 옵션을 선택하여 자신이 원하는 만족감을 신속하게 느끼고자 합니다.


이처럼 제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배송 접점 단계를 유통업계에서는 라스트 마일(Last mile), 또는 라스트 핏(Last fit)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동안 기업은 단위 규모가 큰 생산과 유통 단계 '퍼스트 마일(First Mile)’에서 확실한 혁신의 효과를 내도록 노력해 왔다면, 이제는 고객을 ‘마지막 순간까지’ 만족하게 해서 다음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라스트 마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라스트 마일’의 미래 시나리오에 로봇이 등장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택배 물동량은 연간 27억8980만 상자에 이르는데, 이 수십억 개의 택배 상자는 데이터 머신러닝 기반의 자동발주 프로그램이나 최첨단 자동화 설비가 완비된 물류 센터 시스템을 거쳐서 택배 기사님을 통해 우리에게 배달되었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일상에서 비대면 방식이 좀 더 보편화되었고, 택배 근로자들의 업무환경 개선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또한, 친환경적인 배송 차량과 포장 방식이 선호되면서 비접촉 배달 방식이자 친환경 자율주행 전기차인 배송 로봇의 기능과 비즈니스적 장점이 더욱 부각되었습니다.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도 배송 로봇 개발은 투자 가치가 있습니다. 전체 물류비용 중 50%를 차지하는 라스트 마일에서 자율주행차와 로봇을 이용하면 기존 비용대비 약 40%의 비용 절감을 이룰 수 있다고 분석한 맥킨지의 연구 결과가 이 점을 보여줍니다.


라스트 마일 영역에서의 배송 로봇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을까요. 어쩌면 불과 몇 년 후, 택배 알람 메시지와 함께 우리를 맞이할 배송 로봇의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를 그려보고자 합니다.



배송 로봇과의 인터랙션: 로봇은 우리에게 기쁨을 줄 수 있을까요


대학 캠퍼스에서 배달 음식을 주문했을 때 오토바이를 타고 온 배달 기사님 대신 로봇을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요. 미국 버지니아주의 조지 메이슨 대학(George Mason University)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Blaze 피자, 스타벅스 라떼 및 던킨도너츠의 페이스트리를 싣고 분주하게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학생들에게 식사를 배달하는 로봇을 만날 수 있습니다.



스타십(Starship)이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인 스타십 테크놀로지스(Starship Technologies)의 배송 로봇입니다. 2019년 1월 25일부터 시작된 서비스의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고객이 전용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음식물과 식료품을 배달하는 자율주행 로봇 스타십이 주문자가 있는 목적지까지 음식을 싣고 이동합니다. 배송비는 주문당 1.99달러(약 2,400원)로 매일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운행합니다. 보통 30분 내로 배송이 완료되며, 주문한 음식 각각의 온도가 보존되도록 조절되기 때문에 로봇 안에 뜨거운 피자와 차가운 샐러드를 함께 넣을 수 있습니다. 또한, 로봇이 배송하면 상품의 오염이나 훼손, 분실의 우려도 현저히 줄어든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피츠버그 대학, 인디애나의 퍼듀 대학, 노던 애리조나 대학, 위스콘신 대학, 휴스턴 대학, 미시시피 대학, 볼링 그린 주립 대학 등 다수의 대학과 기업 캠퍼스로 확장되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캠퍼스 공간은 자율주행 배송 로봇을 테스트하고, 개선하기 위한 좋은 테스트베드입니다. 캠퍼스 내의 학생 수도 초기 고객의 수로 이상적이며, 무엇보다도 상대적으로 온라인 주문에 익숙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용이한 젊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는 점과 캠퍼스 도로가 일반 도로보다 통행량이 적고 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어 관리가 용이하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스타십의 경우, 영국 런던 북서쪽에 위치한 밀턴 케인즈(Milton Keynes)에서도 반경 6km 이내 지역의 상점과 고객을 상대로 소포, 식료품 등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2018년부터 진행했는데. 코로나 유행 이후 밀턴 케인즈의 고객은 10만 명에서 18만 명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스타십은 지금까지 약 20개국의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테스트되었고, 기능의 확장과 안전 이슈 측면으로 여전히 지속적인 개발이 필요합니다, 스타십 테크놀로지스 관계자에 따르면 스타십은 인간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길을 건너기 전에 양방향으로 주변을 보고 주변 사람들을 감지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2011년부터 라스트 마일에 공을 들여온 아마존의 경우, 아마존 스카우트(Amazon Scout)라는 자율주행 배송 로봇이 있습니다. 아마존 스카우트는 인도에서 사람과 비슷한 속도로 이동하고, 보행자, 애완동물 및 거리의 장애물을 피해 상품을 배송합니다. 이렇게 안전하고 친절한 로봇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인해 사람들은 배송 로봇과의 만남을 즐거워합니다. 현재로써는 작고 귀여운 로봇이 내가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왔다는 자체가 새롭고 특별한 경험이기도 합니다. 스타십은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트위터인스타그램 계정을 가지고 있고, 어린이 고객들은 배송 로봇에게 애정 어린 편지를 보내며 친밀감을 전달하였습니다.




배송 로봇과의 인터랙션: 로봇은 우리가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도록 도울 수 있을까요


코로나 19로 전 세계의 배송 로봇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자율주행 배송 로봇 개발 스타트업 Nuro의 ‘R2’는 코로나 19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와 산마테오 카운티의 야전 병원과 보급창고를 오가며 의료용품과 구호품, 생필품, 병원 세탁물 등을 전달하며 의료인과 환자들을 도왔습니다. R2의 활약으로 현장 자원봉사자나 지원 요원들은 환자와 의료진들과 거리두기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코로나 19로 인해 약국 방문이 꺼려지는 고객들을 위해 CVS 약국에서 의약품을 싣고 고객에게 배송하는 서비스를 실행하였습니다. Nuro의 R2는 사람이 타지 않은 자율주행차이자 전기차로, R2 포드는공공도로에서 주행이 가능하도록 올해 2월 미 교통부(US Department of Transport)의 승인을 받은 첫 자율 주행차이기도 합니다.


비슷한 사례로, 중국 선전에 있는 Unity Drive Innovation의 자율주행 배송 로봇 ‘IEEE 스펙트럼은 코로나 19로 식료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쯔보(淄博) 시내 16개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2개월간 식료품을 배달하였습니다. 이후 선전과 쑤저우로 서비스를 확대하였고, 최대 1,000kg의 식자재와 음식물을 필요한 장소로 배달할 뿐 아니라 소독액을 분사하는 데 쓰이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코로나 19의 상황에서 ‘R2’나 ‘IEEE 스펙트럼’은 대면 접촉을 방지하여 안전성을 높이고, 고객의 필수적이고 편안한 삶을 위해 로봇이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배송 로봇과의 섬세한 인터렉션을 위하여


라스트 마일 여정에서 배송 로봇의 가능성은 점차 확장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가상당 부분 존재합니다. 그러나 미래의 어느 날, 배송 로봇이 건물 안으로 들어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 앞에서 주문한 물건을 전달해 줄 때, 고객들은 로봇과의 인터랙션을 통해서 브랜드와 제품의 가치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데이터에 기반하여 고객에게 세심히 맞춤화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배송 로봇과 인터렉션 하는 모든 단계를 활용하여 브랜드만의 특성을 표현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로봇을 개발할 때 외관 디자인 뿐 아니라 시각요소(GUI), 청각요소(AUI), 동적요소(NUI)등의 인터페이스를 고려한 정교한 사용자 경험 디자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특히,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 로봇은 움직이는 서비스 플랫폼이기 때문에 로봇의 역할에 부합하는 정체성(Identity)과 성격(Personality)에 기반하여 행동규칙을 설계하고, 다양한 정적 및 동적 감성 인터페이스 요소를 결합한 성격기반 로봇 사용자경험 (PRUX:Personality based Robot User eXperience)에 대한 연구가 보다 심도있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의 베이맥스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로봇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베이맥스는 힘과 속도, 인지능력 등의 기능적 편리성을 넘어, 주인공 히로를 이해하고 보호하면서 함께 유대감을 쌓았습니다. 택배 기사님을 대면하고 물건을 받아서 포장을 뜯는 순간은 길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문한 물건을 소중히 여기고, 분실 위험을 막아주며, 우리의 선택을 칭찬하고, 이전 주문을 기억하며 다시 만난 것을 기뻐하고,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주는 배송 로봇을 만난다면, 베이맥스와 히로의 교감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로봇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훈련되기에, 인간에게 사랑받고 신뢰를 얻는 adoro-bot(adorable robot)으로서 이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일도 인간에게 달려 있습니다.




Comments

Couldn’t Load Comments
It looks like there was a technical problem. Try reconnecting or refreshing the page.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