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ino Salon | 히지노 아트 살롱
전시 방문기 [화이트 큐브 서울 : 영혼의 형상]




영국의 대표 컨템퍼러리 갤러리인 화이트 큐브가 한국에 진출했습니다. 1993년 런던에서 시작한 화이트 큐브는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등을 소개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갤러리로, 한국 작가로는 박서보 화백이 2017년 개인전을 연 바 있습니다. 이 화이트 큐브 갤러리가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화이트 큐브 서울’을 오픈했습니다.
화이트 큐브 서울의 개관을 맞아 열리는 전시 ‘영혼의 형상(The Embodied Spirit)’은 철학, 형이상학, 인간 행동의 동기를 탐구하는 7명의 작가의 작품을 모아 한자리에 선보입니다.
적절한 시기를 놓고 고민하다, 예술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거운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오프닝을 하게 되었다는 화이트 큐브 서울의 개관전을 소개합니다.
이진주 (b. 1980, 부산, 한국)
이진주 작가는 이번 단체전에서 유일한 한국 작가입니다. 이진주 작가는 한국의 전통적인 기법을 활용해 개인의 사적서사와 주관적 관점에서 인지되는 디테일에 집중합니다. ‘검은 손’과 나란히 걸린 ‘블랙 페인팅’ 회화 작품은 동양화의 미학을 뽐냅니다. 특히 끝을 모르게 짙은 블랙 색상은 이진주 작가의 남편이자 작가 이정배가 여러 실험을 거쳐 제작해 자신의 이름을 넣은 ‘이정배 블랙’ 색상입니다.
카타리나 프리치 (Katharina Fritsch, b. 1956, 헤센, 독일)
카타리나 프리치는 친숙한 사물이나 형상에 강렬한 단색을 입혀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크기로 대상을 확대해 모호하고 신비로운 존재감을 부여하는 작업을 하며 황금사자상을 받은 걸로도 유명합니다. <Hand>는 정교한 디테일이 실제 사람의 손을 방불케 하지만, 무광 블랙 마감이 비현실적 아우라를 풍깁니다. 이런 색감을 사용하게 된 이유는 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는데, 할아버지가 파버 카스텔의 미술품 영업사원이었고 할아버지 댁에 방문하면 미술품이 가득 쌓여 있는 것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루이스 지오바넬리 (Louise Giovanelli, b. 1993, 런던, 영국)
루이스 지오바넬리는 고조된 감정 상태, 의례, 종교와 종교적 도상을 탐구하는 작업을 선보이며 화이트 큐브에 속한 작가 중에서 어린 편에 속합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신작 ‘점술사 시리즈’는 1970년대 영화의 한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작품으로 표면적으로는 어딘가 에로틱한 표정과,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여자 아이의 모습이지만, 실제 영화의 장면은 성당에서 신부님과 함께 성만찬을 즐기는 한 장면입니다. 이처럼 작가는 한 눈에 보면 무엇인지 모르지만 여러 번 천천히 보아야 보이는, 볼 때마다 새로운 해석이 가능한 직관적이지 않은 작업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마르게리트 위모 (Marguerite Humeau, b. 1986, 숄레, 프랑스)
마르게리트 위모는 공상과학 영화에서 본 듯 독특한 조각작업을 합니다. 시간과 공간상의 크나큰 간극을 초월하고, 동물과 광물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힘이 마주하는 경험을 형상화합니다. 샤넬에서 그녀의 작품을 오마쥬한 백도 출시할 만큼 현대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입니다. 그녀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는 인간의 삶 그리고 죽음 그 이후의 문제입니다. 흰개미집에서 영감을 받은 토템 형태의 조각작품은 수많은 개미가 힘을 모아 흰개미집을 완성하는 것처럼 우리의 미래를 헤쳐 나가는데 필요한 길잡이를 개미의 공동체적 협력에서 찾는다고 합니다.
크리스틴 아이 추 (Christine Ay Tjoe, b. 1973, 반둥, 인도네시아)
크리스틴 아이 추의 회화 작업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것'의 합일을 지향합니다. 전시된 '크립토바이오시스'는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유기체가 극단적인 비활성 상태에 이르는 것을 뜻합니다. 겨울철에 동물들이 동면에 들어가듯이 힘을 비축하고 몸의 성장이 멈춘 상태로 보여지는 모습 자체가 번데기의 형상, 탯줄이 연결되어 있는 태아의 모습 같기도 합니다.
트레이시 에민 (Tracey Emin, b. 1963, 런던, 영국)
트레이시 에민은 작품을 통해 사생활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로 유명합니다. 그녀의 작품을 문란하고 불건전하다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녀는 작품을 통해 비극적 삶을 예술로 승화합니다. 그녀는 인간의 본질을 솔직히 드러내고 탐구하여 가감 없이 자신을 나타내는 것을 꺼리지 않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작품은 기존 작가의 사생활을 담아낸 침대와는 달리 최근 유방암을 겪으며 경험했던 수술대와 병실 침대를 그려내며 작가의 투병생활을 담고 있습니다.
버린드 드 브렉커 (Berlinde de Bruyckere, b. 1964, 헨트, 벨기에)
버린드 드 브렉커의 작품은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어딘가 경악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 작가가 의도한 것은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주제를 가지고 와 작업합니다. 작가는 소가죽이 떨어져 있는 것을 대천사의 날개라고 말하며 이는 이불과도 같다고 설명합니다. 작가가 생각하는 이불이란 ‘사람의 처음과 끝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표현하며, 대천사의 날개, 즉 이불은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는 오브제라고 말합니다. 작가의 작품이 돔 안에 갇혀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돔을 열고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화이트 큐브'는 전시 공간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아무런 장식이 없는 사각형의 공간을 의미합니다. 이런 공간은 보다 중립적인 배경을 제공함으로써 관람객들이 작품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합니다. 화이트 큐브는 어느 나라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모든 지점의 공간을 비슷하게 구성했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갤러리의 전시회를 서울에서 접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