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ino Salon | 히지노 아트 살롱
히지노 아트 살롱이 소개하는 이달의 신진작가 9월




히지노 아트 살롱은 미술 애호가와 컬렉터를 위해 주목 받는 신진작가의 성장 과정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로서 [신진작가 소개]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억의 정원사, 심봉민 작가
심봉민은 옛 기억의 풍경으로 추억과 그리움을 수집합니다. 중학교 때 교과서에서 우연히 본 이중섭의 소 그림 하나에 모든 것이 설명되는 것을 보고 ‘이게 어떻게 된 걸까?’ 하는 물음이 작가를 지금까지 이끌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언젠가 이중섭처럼 단 하나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합니다. 5월 종영된 리얼 아트 버라이어티 ‘No Money No Art’ 9회차 출품작 심봉민의 ‘기억을 속삭이는 틈새’가 아트 컬렉터 간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경매 시작가의 2배를 훌쩍 넘는 1230만원에 낙찰되었고, 프로그램을 통해 최종 4인에 오르며 No Money No Art X 신한카드 에디션으로 작가의 작품이 플레이트에 적용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 박물관과 서술미술관에 작가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2023년 화랑미술제 신인 작가 발굴 프로그램에서 최종 10인 안에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공간에 던져졌다. 던져진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공간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러하면서 공간에 자신의 흔적들을 입혀간다. 공간에 생긴 유형, 무형의 흔적들은 던져진 공간에 살고 있는 존재들에게 안정감을 제공하는 쉼터를 제공한다. 적어도 나를 감싸고 있는 울타리 같은 느낌들… 나에게 그런 곳들은 이정표가 되는 상징적인 건물들과 장소 풍경이 이미지로 기록되어 저장된다. 가끔 그 공간이 사라지고는 하는데 그럴 때 나는 큰 상실감과 슬픔을 느끼고는 한다. 무언가 내 흔적의 단서가 사라져 버린 느낌들 그런 느낌을 받을 땐 마치 내 기억과 추억도 함께 상실되는 느낌이다. 나의 흔적들은 사라지고 다시 공간에 던져지는 느낌들. 새로운 흔적을 채워서 넣겠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는 기억과 시간을 담은 상징이 난 너무도 아쉽고 그립다. 나의 작업은 그런 사라짐 들의 아쉬움에서 출발한다.”
- 심봉민 작가노트 中 -
심봉민 작가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소양감 댐 건립으로 고향을 잃은 실향민이었습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작가에게도 유전처럼 쌓여 흔적의 단서가 사라져 버린 느낌을 받을 때면 기억과 추억도 함께 상실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늘 만나는 일상이지만 문득 그리운 느낌이나 그 순간의 장면과 일들을 기억하도록 노력하며, 그 순간들을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그의 작품은 시작됩니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초록색 너른 들판과 그 아래서 비행기를 가지고 놀고 있는 아이와 강아지 다롱이가 그려진 작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유년 시절의 행복과 즐거움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그리움의 모습을 한 정원을 만나기 위해 작품 속 나만큼의 나이를 먹은 어린 아이를 찾아 가고, 기억이 차곡차곡 쌓인 그곳은 추억이 무럭무럭 자라나 어느새 드넓은 정원이 되어 있습니다. 그 기억의 정원에서 작가는 정원사가 되어 그리움을 수집합니다.
심봉민 작가는 어디라고 콕 찍어내기 어려운 ‘공간’을 과장없이 간결하게 그립니다. 흑백 색조로 무장한 건물과 나무 숲에 작은 포인트를 그려 넣는 기법을 사용하여 강조할 대상을 되레 축소해 그리는 이 장치를 두고 작가는 ‘헨젤과 그레텔의 빵조각’이라고 표현합니다. 빵조각은 자신의 공간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는 작가의 흔적이자 노력입니다. 캔버스에 목탄 가루를 아크릴과 희석해 발라 오톨도톨한 질감과 화면은 어릴 적 놀던 운동장 모래를 떠올리게 하고, 그리운 시간들을 캔버스에 기록하는 일은 끝나지 않는 놀이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분도 영원했으면 하는 기억과 장소가 있나요? 작가의 작품을 관람하며 각자 그리움의 장소로 돌아가 현재의 지친 일상에 잠깐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전통과 현대의 결합, 류종대 작가
류종대 작가는 목공예와 3D 디지털 프린팅 기술을 조합한 ‘디지털 크래프트(DIGITAL CRAFT)’의 장르를 개척했으며, 아트 퍼니처(Art Furniture) 작업으로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유년시절 작가는 당시에도 보기 드문 도심 속 한 가운데의 기와집에서 3대가 함께 살았는데, 마당에는 석류나무가 아름드리 드리워져 있었고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석류나무의 빛깔과 기와지붕 위 풍경은 작가의 기억 속에 한 폭의 그림처럼 또렷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이 기억은 기와 형상을 모티프로 한 작가의 ‘디-소반(D-SOBAN) 시리즈’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공예의 새로운 도구로 활용한 작업을 전개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시스템 퍼니처 디자이너로 일하던 작가는 2016년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났고,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해 목공예와 아트 퍼니처 목공예·아트 퍼니처 작가로 활동하면서 요트 회사 직원이던 선배의 소개로 요트 가구와 인테리어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3D 프린팅을 처음 접했고 그 기법을 기존 아트 퍼니처 작업에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가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부쩍 늘었습니다. 애호가들은 그들의 생활 속에서 공예와 가 구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즐기며 예술적 아름다움을 향유 하면서도 일상적인 편리함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는 실용예술로서 공예가 가지는 특징이며, 최근에는 ‘아트 퍼니처’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데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고 있습니다.”
- 류종대 작가노트 中 -
류종대는 목공예를 기반으로 3D 프린팅 기법과 전통 공예를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가구와 오브제를 만들며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오가는 지속가능한 디자인 작업을 선보입니다. 나무와 금속 그리고 옥수수전분에서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등 자연 소재를 주재료로 하며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실천을 담아내지만 그렇다고 그저 ‘바라보는’ 작품으로만 그치지는 않습니다. 작가의 작품은 얼핏 보면 비일상적 형태를 띄지만 바이오 소재 특유의 비비드한 컬러와 텍스처로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하며 목적에 따라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듭니다. 소반, 의자, 스툴, 테이블, 화병, 컵 등 기존의 형태를 다루면서도 신소재에 대한 연구,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제작 기법 그리고 작가의 상상력과 결합되며 작품으로 확장됩니다.
예술적 가치를 향유하면서도 일상 속 편리함을 경험케 하는 실용 예술로서의 공예는 ‘아트 퍼니처’라는 흐름을 만들어냈고, 류종대는 아트 퍼니처를 통해 일상이 예술적 배경이 되는 이색적 경험을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작가는 아트 퍼니처의 힘이 현대미술과 관람객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다고 믿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 속에서 쓰임을 통해 자연스레 마주치는 예술인 공예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높아졌습니다.
전통과 현대, 따뜻함과 차가움, 모듈과 확장, 하이테크와 수공, 작품과 일상적 기물 등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작업은 지속가능한 공예에 대한 작가의 집념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우리 삶에 가깝고 친숙하게 자리한 공예를 생각하며, 지속가능한 인간다운 삶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작가의 미학을 살펴보세요.
현대청자를 구현하다, 이가진 작가
이가진 작가는 한국의 전통 청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합니다. 노력한 만큼 반드시 보답하는 정직함에 끌려서 공예를 선택했다는 작가는 청자의 유약을 현대적으로 개발시키며 독특한 작품세계를 형성해오고 있습니다. 2006년을 시작으로 사치갤러리, 최정아갤러리, 광주아시아문화전당 등 국내외 다수의 개인전, 단체전과 광주비엔날레, 이천세계도자비엔날레 등 다수의 국제 비엔날레에 참여했습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파엔차국제도자박물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나의 청자 작업은 유약의 표현으로부터 출발한다. 유약을 두껍게 입혀서 푸른 빛이 극대화 된 맑은 청자빛 구현이 작품의 핵심이다. 깊이 고인 물과 같이 유약의 두께가 푸른 빛을 중첩 시켜 특유의 색조와 깊이감이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나의 작업은 효율이나 기능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두껍게 올릴 수 있고 발색이 좋은 청자의 구현을 위하여 재료를 배합하여 유약을 만들고, 까다로운 시유와 소성 과정을 거친다. 작품의 형태는 극적으로 두껍게 입혀져 하나의 새로운 물질로 느껴지는 유약의 느낌을 살리기 위하여 도자기의 내부와 외부가 동시에 보이는 일반적인 용기의 구조 대신, 외부의 표면이 최대로 보이는 형태를 사용했다. 마치 커다란
유약 한 덩어리가 어딘가로 부터 툭 하고 떨어져 스스로 존재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나는 작업을 통하여 재료의 본질적 속성과 건강한 아름다움을 최대한 끌어내어, 감상자로 하여금 도자기의 현존적 물질감 그 자체가 보여주는 섬세한 아름다움을 느껴보게 하고, 절충하지 않은 감성적 원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 이가진 작가노트 中 -
이가진은 그저 옛것이 아닌 동시대의 문화로 우리의 삶에서 공감할 수 있는 작업을 해 나갑니다. 미니멀리즘의 현대적 디자인의 작업은 우리나라의 전통에 기반을 두었지만 현대의 기술과 디자인을 과감히 수용합니다. 물방울을 확대한 듯한 조형미와 파스텔 톤의 잔잔하고 화사한 청 그린 컬러는 주변을 환히 밝힙니다. 백토로 조형한 하얀 바탕에 푸른색 유약을 여러 차례 겹쳐 발라 산뜻하고 깊이가 느껴지는 색을 표현합니다. 이가진만의 깊고 청아한 푸름이 드러나는 고유한 방식은 빛의 미묘한 변화와 깊이, 물질적 심상을 담아냅니다. 최근 작업에서는 소재와 양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나들고 있어 새로운 미적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가진 작가의 작품에서 도자기 고유의 느낌과 건강한 아름다움을 끌어내어 푸른 빛이 극대화된 맑은 청잣빛의 물질 그 자체가 주는 섬세한 아름다움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시절의 풍요를 담는, 박송희 작가
박송희 작가는 나전의 타발법과 도자의 상감기법을 적용한 흙 나전 상감기법(Clay_Pearl)을 연구하며 작업합니다. 작가는 자칫 지나치기 쉬운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주변의 자연물들로 그 당시의 상황을 기억합니다. 동백나무에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집을, 그 집의 서랍 책장과 물건들까지, 작가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간직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을 작업에 담습니다. 박송희 작가는 청주시 한국공예관의 입주작가로, 활발한 전시활동을 하고 있으며 메종코리아 잡지의 ‘한국 전통 공예 작가들의 작품 컬렉션’에도 소개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가장 큰 공예축제인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와 한국공예관이 연계하는 특별 전시에서도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과거는 기억 속에 남겨져 지금의 나를 만드는 커다란 요소다. 그 모습을 되살리며 그때의 감정과 경험을 고스란히 되새겨 볼 수 있다. 사람마다 기억을 회상해 내는 방법은 다르다.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감각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고, 그 속에 있던 감정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나는 자칫 지나가기 쉬운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주변의 자연물들로 과거를 회상해 본다.
- 박송희 작가노트 中 -
박송희 작가는 조선시대의 나전 상감과 청자 상감기법에 영감을 받아 현대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하여 도자회화 작품을 제작합니다. 자연에서 나온 고전 회화의 색감으로 사물의 매력을 나타내고, 프레임과 사물을 다초점으로 표현함으로써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 감각의 공예 작품을 선보입니다. 이 작업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민화인 '책거리'를 주제로 다양한 시대상을 보여주고 재현하는 매개체로 사용됩니다. 작가는 또한, 작품을 통해 작가의 삶과 현대의 시대상을 반영한 결과물로도 표현하고자 합니다.
단정한 구성으로 책장에 꽂힌 책과 정물에서 옛 조상의 풍요로운 순간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민화 책가도는, 조선시대 왕실에서 백성들까지 모든 사람들의 바람과 염원을 담고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정물화입니다.
박송희의 작품 책가도에서 소중하게 간직된 작가의 시간을 감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