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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ino Salon  히지노 아트 살롱
  
전시 방문기 [에드워크 호 : 길위에서]

 

© HIGINO

울시립미술관에서 20세기 미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인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의 한국 첫 개인전, <길 위에서>가 4월 20일부터 열렸습니다. 에드워드 호퍼는 도시인들의 고독하고 공허한 일상을 사실적이면서도 회화적으로 묘사해, 미술을 포함한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뉴욕 휘트니미술관이 공동기획한 이번 전시는 드로잉, 판화, 유화, 수채화 등 작품 160여점과 아카이브의 자료 110점을 8개의 섹션으로 나눠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보여줍니다. 전시는 연대기 순이 아닌 호퍼가 머물었던 지역을 기반으로 소개되며, 초기의 드로잉과 자화상을 시작으로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케이프코드, 조세핀 호퍼, 호퍼의 삶과 업 등으로 구성됩니다.

파리
1906년 뉴욕 삽화가로 일을 시작한 호퍼는 예술가로서의 꿈을 안고 당대 예술의 수도로 여겨졌던 프랑스 파리로 향합니다. 그 후 호퍼는 1910년까지 3차례 파리에 체류하면서 본인만의 화풍을 구축하기 시작합니다. 빛의 효과를 강조한 인상주의 화풍에 영향을 받은 호퍼는 건축적 요소와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부각되고, 사진 프레임 안에 담은 듯한 수평적 구도를 시도합니다. 이런 특징은 파리지앵의 일상을 담은 <푸른 저녁>에서 잘 보여집니다. 작품 중간에는 삐에로가 있고 여러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관계되지 않는 듯한 이미지와 원근감 없이 평면적인 푸른 배경은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작품은 파리 방문 이후 4년 뒤 뉴욕에서 완성되었는데, 실제의 관찰적 구성에서 출발하여 기억과 상상력이 더해지며, 이상과 현실을 한 화면에 절묘하게 담아 냅니다. 이 작품들은 이후의 호퍼의 리얼리즘적 특성을 나타나는 중요한 초기 사례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본격적 시작점입니다.

뉴욕
뉴욕은 호퍼가 가장 잘 알고 좋아하는 미국의 도시로 평생을 뉴욕에서 거처하며, 사회적이거나 사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대도시의 풍경과 도시인의 삶을 관찰하여 작품에 담아냅니다. 이 공간에서는 전시의 메인 포스터에도 사용된 <철길의 석양>이라는 작품을 만나 보실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수평적이고 수직적인 선들이 구조화된 풍경을 보여 줍니다. 보통의 원근법을 사용한 깊이감 있는 풍경이 아닌, 기차나 자동차를 타고 달려가면서 찍은 사진의 수평적인 선 속에서 존재하는 하나의 건축물을 표현합니다. 호퍼는 아름다운 석양 아래 존재하는 인공적 구조물을 통해 자연의 숭고함, 아름다움과 함께 고독의 감정을 드러냅니다.

뉴잉글랜드

이 공간에서는 1912년 북부 지역 해안가를 돌며 풍경을 그린 작품들로 호퍼의 초기작의 모습이 다시 보여집니다. 이전 뉴욕의 도시 풍경에서는 수직과 수평의 이미지들이 많이 교차한다면, 이 공간의 작품에서는 곡선적인 이미지와 두껍게 칠한 물감으로 모네의 풍경을 호퍼의 방식으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인상주의적 화풍이 느껴집니다.

케이프코드

호퍼는 부인 조세핀과 1925년부터 케이프코드를 자동차로 여행하며, 또 다른 영감을 찾고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이 공간에서 만나는 <이층에서 내리는 햇빛>은 호퍼가 본인의 작품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손에 꼽는 작품입니다. 주택의 테라스에 한 커플이 있지만 거리감 느껴지고, 밝은 햇살이 가득한 기분 좋은 날의 풍경 같은데, 왠지 모를 공허와 고독을 느끼게 합니다. 이는 현재 우리가 겪는 공허한 사회적 감성 코드와 잘 맞는데, 이런 코드는 알프레드 히치콕, 마틴 스콜세지 등과 같은 다양한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조세핀 호퍼 / 호퍼의 삶과 업

마지막 전시 공간인 1층에서 만나게 되는 <햇빛 속의 여인>은 부인 조세핀을 모델로 한 작품입니다. 그의 작품속에 등장한 여성의 다수가 조세핀이라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호퍼에게는 상징성이 큰 인물입니다. 조세핀은 호퍼와 작품에 이야기를 나누며 늘 기록으로 남겨 놓았는데, 이 공간에서 그 기록물과 삽화들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호퍼의 삶과 부부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보여줍니다.

 

이번 전시는 에드워드 호퍼의 첫 개인전이자 개인 작품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만큼 다채롭고 인상 깊은 전시였습니다. 현대인의 일상과 정서를 그만의 시각으로 담아내고 더불어 외로움과 고독에 대해 표현한 작품이 특히 흥미로운데, 전시 관람 전 이와 같은 호퍼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선보인 영화, 광고, 뮤직비디오가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 방문한다면 더욱 즐거운 감상이 될 것 같습니다. 전시는 8월 20일까지이며, 미술관 관람 후 푸르른 나무를 따라 나 있는 정동길을 산책하면서 에드워드 호퍼의 감성 코드를 반추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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